박연준, 예감
2021. 5. 21.
거짓말하고 싶다
내 눈은 늘 젖어 있고
나는 개 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캄캄한 새벽
짖어대는 개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금붕어처럼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고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발밑에서 부드러운 뿌리가 썩고 있다
축축한 냄새를 피우며
나는 흙 속에 잠겨 썩은 뿌리를 관찰하는
조그마한 딱정벌레,
이제 곧 한 세계가 질 것을 예감한
높이 1센티미터 슬픔
— 박연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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