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동경
이승희,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
좋아하는 것들/시

죽고 싶어 환장했던 날들

그래 있었지

죽고 난 후엔 더 이상 읽을 시가 없어 쓸쓸해지도록

지상의 시들을 다 읽고 싶었지만

읽기도 전에 다시 쓰여지는 시들이라니

시들했다

살아서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내가 목매달지 못한 구름이

붉은 맨드라미를 안고 울었던가 그 여름

세상 어떤 아름다운 문장도

살고 싶지 않다로만 읽히던 때

그래 있었지

오전과 오후의 거리란 게

딱 이승과 저승의 거리와 같다고

중얼중얼

폐인처럼

저녁이 오기도 전에

그날도 오후 두시는 딱 죽기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울어보았다

 

 

— 이승희,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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