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동경
최승자, 여자들과 사내들
좋아하는 것들/시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사내의 눈물 한 방울
망막의 막막대해로 삼켜지고
돌아서면 그뿐
사내들은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랑,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 문정희, 찔레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