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돌아가는 길
2015. 2. 14.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아니라
그대를 돌아서 가는 길이었습니다.
갈수록 그대와 멀어지는 길,
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않는 그 길을
나는 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왜
그대에게 가는 길을 모르겠습니까.
마음으로는 수천 번도 더 갔던 길이라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었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만치 멀리 서 있는 당신,
당신은 아시는지요?
그대에게 가지 못해 슬픈 게 아니라
그대에게 갈 수 없어 슬펐다는 것을.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빈 몸뚱어리로
그저 발만 내딛고 있었습니다.
— 이정하,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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