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동경
이정하, 허수아비
좋아하는 것들/시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사랑하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음에

너무 미안했다.

 

매번 오라 하는 것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곤

그에게 가라고 손짓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선

그가 떠나간 곳만 쳐다본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고개 떨어뜨리고

남몰래 운다.

 

텅 빈 들판,

허수아비는 외로웠다.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해서 외로웠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외로움을 견뎌내는 일인가보다,

철저히 혼자서.

 

 

— 이정하, 허수아비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