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안개
2015. 1. 21.
내 생애 어디 한 군데 마른 곳이 있었더냐. 내딛는 발걸음마다 헛발질투성이였고, 허둥대다 보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뿐이었다.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나를 더 옭아매는 안개, 내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 있어 나조차도 꺼내기 힘든 사람아, 당신에 휩싸이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길 한복판에서 나는 무엇을 잡으려고 이리도 허우적거리는가.
— 이정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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