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양철지붕에 대하여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삶이란,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보이지 않기 때문에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양철지붕을 이해하려면오랜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날아가지 않으려고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그 놈이 가장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너는 눈치채야 한다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쉽게 꺼내지 말것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그래, 우리 사이에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2015.01.21